• 트친 드림인 럭키포네 + 밀크포네
  • ㅂ포네 기반, 3차창작 입니다.
  • 제정신 아님 주의. 무엇이든 괜찮으신 분 전용.

1.

 1930년대 시카고! 금주법 시대가 막을 내리려는 시점, 때는 갱단들의 권력 투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경찰과 정치인도 오직 자신의 주머니 불리기에만 신경 쓰는 부패된 시대였다. 바로 이때 알 카포네는 복역을 마치고 풀려났다. 그는 겉보기엔 무시무시한 마피아 대부이며, 틈만 나면 "죽인다-!"를 입에 달고 사는 험악한 인간이었지만, 사실은 혈압과 위염 때문에 맵고 짠 음식은 먹지 못하며 최근엔 머리숱과 주름살에 신경 쓰는 중년 남자이기도 했다. 카포네는 다소 어색한 기분으로 자기 소유였던 샌드위치 가게로 슬렁슬렁 걸어갔다. 한낮의 새하얀 햇빛은 시간을 멈추는 듯 길가에 부서졌다.

2.

 가련하다기엔 튼튼하고 억세다기엔 청순한 소녀, 럭키 도버는 여러 가지 사정이 닥쳐와서 샌드위치 가게로 위장한 바에 취업했다. 물론 금주법 시대에 위스키를 파는 건 불법이지만, 법을 다 지키고 살다간 당장 죽을 지경이니 생존권을 위해 합당한 투쟁 중이라고 간단히 정당화했다. 

"이력서에 '주먹보다 빠른 서빙 실력'이라고 적혀 있던데....진심인가?"

사장, 카포네가 황당하다는 듯이 물었다.

"필요하면 당장이라도 보여드리겠습니다. 설거지통이랑 면접관 얼굴 중 뭐부터 맞춰볼깝쇼?"

럭키 도버가 소매를 걷어붙이고 얼마 없는 근육을 자랑했다. 바에 기대서있던 밀크가 작게 웃었다. 

"와, 여기는 처음 아니에요? 이 누나 벌써 이 바에 적응했는데?"

"깝치지마. 한주먹거리도 안 되는 게."

하지만 이곳이 평범한 바 라기에는 첫날부터 이상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뒷문으로 출입하는 특별 손님들, 벽 뒤에서 들려오는 총기 정비 소리, 사장인 카포네가 외우는 수상한 암호문들...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험악한 손님들의 총질까지.

"이 바, 그냥 바 아니에요... 항상 조심해야 해요. 누나."

먼저 이곳에 취업한 밀크 소년은 럭키 소녀에게 충고아닌 충고를 했다.

"야, 그럼 넌 왜 남아있는데?"

"나갈 월세가 없어요."

"나도야."

"우리 큰일났네요...이 가게 진짜 구제불능이고, 답이 없어요. 우리 여기 계속 살아야 해요?"

"나도 이 미친 가게랑 내 처지가 경악스럽다. 동생아."

그러자 가게의 파에 모로 누워있던 카포네가 입을 연다.

"나 안 잔다. 다 들린다. 소년, 소녀-!"

3.

 갈 곳 없는 우리의 럭키 소녀는 2층에 있는 밀크 방의 옆방을 사용하게 되었다. 방은 침대와 책상과 옷장이 겨우 들어갈 만한 자그마한 크기였다. 그러나 혼자 사용하기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적어도 오늘 밤까지는.

럭키는 새벽 2시까지 이어지는 삐그덕거리는 소음의 정체가 궁금했다. 귀를 대보면 밀크 방에서 나는 거 같은데, 도대체 새벽 2시에 가구를 옮기거나 목공예를 할 이유가 뭐지? 이 미친 자식.... 정말 누나로서 한 소리 해줘야겠다고 결심하고 옆방 문을 벌컥 열고 들어간 게 화근이었다.

럭키는 대뜸 밀크와 카포네가 몸의 대화를 나누고 있는 한가운데의 적나라한 장면을 마주했다. 음, 밀크가 박고 대부님이 박히는 쪽이라니, 신선하군. 씨, 씨발 이딴거 알고 싶지 않았어-!

"아악!! 노크좀 해 누나!!"

밀크가 빼도 박도 못한 엉거주춤한 자세로 비명을 질렀다.

"문을 잠궈 미친놈아!!"

럭키도 곧바로 항변했다.

"아악!"

"끼아악!!"

두 사람이 쉴 틈 없이 소리를 질렀다. 카포네는 베개 밑에서 꺼낸 권총으로 천장에 한 발 쏜다. 

"동작그만-!"

두 사람은 동시에 합, 하고 입을 다문다. 

"소녀... 설명할 수 있다."

"제가 지금 뭘 본거죠? 이건 음모야, 아니 은밀한 모의라는 뜻, 아니, 대참사잖아."

럭키는 딸꾹질을 하기 시작했다. 밀크와 카포네는 이불을 둘러쓰고서 해명하려고 애썼다.

"누나,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지만...이렇게 된지는 좀 됐어."

밀크가 창백해진 채로 설수설했다.

"일단 의자에 앉아, 커피나 차라도 줄게, 일단 진정하자."

카포네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럭키는 전혀 진정하지 못했다.

"앉긴 뭘 앉아요! 지금 내가 여기 앉으면 삼각형의 밑변이 되는 전개잖아요?!"

셋 모두 멍하니 서로를 본다. 한편 나이아가라 폭포에서는 분당 110,000㎥의 물이 내려오고 있다.

밀크가 작게, 거의 들리지 않을 목소리로 속삭인다.

"뭔가가 시작된 것 같아요."

4.

소녀, 럭키는 처음에는 단순히 눈에 띄는 싹싹한 알바생이었다. 그렇지만, 그녀가 그의 명령에도 당당히 맞서거나, 빠르게 바의 분위기를 장악해서 정리하는 것을 보며 카포네는 묘한 긴장감을 느꼈다. 마치 부하가 아니라....동등한 존재로서의 장력을 느끼는 것이다. 소년, 밀크는 그의 귀염둥이이자 이제는 가장 믿음직한 실질적 오른팔이었다. 그런 밀크와는 단순한 친밀함 이상의 관계가 된 지 꽤 시간이 지났다. 한마디로 둘은 모닝 키스를 하며 일어나고 굿나잇 키스를 하며 잠드는 사이였다. 그런 밀크가 최근 럭키를 견제하는 게 눈에 들어왔다. 어린애가 사랑을 알까, 생각하면서도 그 눈빛은 가차 없는 불도저 같아서 피할 수가 없다. 어느 날부터 그들 사이의 기류는 복잡해지고 묘해졌다.

밀크 화이트는 처음엔 럭키 도버가 거슬렸다. 누나인 그녀가 카포네의 관심을 빼앗는 게 싫었다. 세 사람이 모인 샌드위치 바에서 찻잔을 빙글빙글 돌리며 밀크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

"대부님은 왜 누나 앞에서 그렇게 웃어요? 그건 내가 처음으로 수집했던 귀한 미소였는데..."

"뭐? 밀크 지금 너 질투하니? 네 누나한테?"

"그냥, 그렇다고요, 어쨌든 대부님이랑 사귀는 건 저잖아요."

"우리가....사귄다고?"

우리의 밀크는 크나큰 충격을 받았다. 

"네?"

"뭐?"

럭키 도버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설거지를 하다가 그만 머그컵을 떨어뜨려 손잡이를 깬다.

"아니, 안 사귀는데 지금 남의 동생을 따먹은 거냐고요?!" 

"누나는 빠져!"

"진정해라 소년, 소녀-!"

한편 두 사람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점점 무서운 세계로 휘말리고 있었다. 카포네는 분명 무섭고 나쁜 사람인데, 밀크의 머리칼을 매만져주거나 럭키의 머리를 묶어주겠다고 할 때마다 그런 위험은 달콤하게 잊혀진다. 시카고 최악의 악당 카포네의 다정하고 허당같은 구석이 두 사람의 마음에 스며들었다.

5.

샌드위치 바에서 총격전이 일어난 건 해질녘의 노을, 바가 오픈할 때쯤이었다. 자동화기를 들고 들이닥친 적대조직원은 방문 인사 대신 무시무시한 총질을 했다. 벽에 탄흔이 줄줄히 새겨지고 럭키 도버는 재빨리 계산대를 잠그고 바탑 밑으로 엎드렸다. 밀크 화이트는 테이블을 들어서 던졌다. 파에 누워 안경을 쓰고 서류를 들여다보던 카포네는 권총을 꺼내 침입자들을 견제했다. 그러나 잠시 주춤한 듯하더니 몇 명의 적대 조직원들이 더 들어오기 시작했고, 불을 지르기 시작했으며, 이런 젠장, 싶어진 카포네는 작전상 후퇴를 외쳤다. 

"모두 도망쳐! 전 조직원 사탕 가게로 집결시켜! 거기서 다시 모인다!"

의자를 마구 던지던 밀크가 물었다.

"대부님은요?"

"난 너희가 뒷문으로 나가면 따라가마!"

"알겠어요! 빨리 나오세요!"

밀크는 가게 안쪽으로 달려간다. 도버는 이런 상황에 아직 익숙치 않아 도망치다 긴장한 발이 꼬여 넘어진다. 밀크가 뒤돌아보더니 도버를 업다시피 이끌고 뒷문으로 나간다. 두 사람은 카포네를 걱정하지만, 뒤돌아볼 여유조차 없다.

카포네는 죽을 뻔했지만, 악명에 걸맞게 불사신처럼 죽지 않고 전소된 가게에서 가까스로 걸어 나왔다. 이런 가게야 새로운 건물에 또 열면 그만이다. 그보다는 죽을 뻔했을 때 자신이 마지막으로 생각한게....사업도 돈도 아닌, 그 애들이 내게 다시 와줄까, 하는 걱정이었다는 점이 충격이었다. 그는 자신만큼 소중한 인연이 생긴다는 감각을 처음으로 느낀 것이다. 

밀크는 세 사람의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 카포네 대부님과 럭키 누나가 무사하다는 사실만으로 안도하는 자신을 보면서 질투심이 잔잔히 떠나가는 것을 느꼈다. 사랑의 형태는 하나가 아닐지도 모른다. 

럭키는 두 사람이 다 자신을 지키려고 최선을 다한 것을 알고 심장이 쿵쿵 뛰었다. 이 감정이 사랑인지 과도한 스트레스인지 둘 다인지 알 수 없지만, 마치 중독된 듯 셋이서 쭉 함께 있고 싶었다. 

어쩌면 세 사람의 연애는 이날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6.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어느 날, 카포네가 누운 소파 맞은편의 소파에 앉은 럭키는 카포네가 누워서 서류를 검토하고 있는 모양을 바라보고 있었다.

"누나, 그 자리, 원래 제 자리인데요."

"선착순이야."

카포네는 둘의 눈치를 보며 구둣발을 까딱거린다.

"둘 다 싸우지 마, 너희 싸움엔 내가 부수적 피해자야."

"피해자라기엔 웃고 계시는데도요?"

"오늘 예약 손님이 하나도 없어. 그냥 문 닫고 우리끼리 회식 시간을 보내려고 하는데. 반대하는 직원 있나?"

"반대하면 어떻게 되는데요?"

"마피아식으로 총알 세방에 보내주지."

밀크는 하하, 하고 실없이 웃으며 쇼파 사이의 테이블에 잔 3세트를 세팅했다. 럭키는 얼음으로 가득 채운 바구니를 가지고서 앉았다. 카포네는 일어나서 아껴두던 위스키를 가지고 왔다. 

"우리가 조직이 아니라 감정이 얽힌 상태란 거, 다들 인정해야겠지?"

밀크가 얼음과 술로 잔들을 채우는 동안, 카포네가 나긋하게 말했다.

"인정할게요. 근데 아직 뭐라 정의할수는 없어요."

럭키가 솔직하게 대답했다. 밀크가 그 모습에 감명받았는지 곧바로 대답한다.

"저도요. 근데 마음이 둘로 갈라진 것 같아요."

카포네는 잔에 든 위스키를 단번에 비우며 일말의 고민도 없이 말한다.

"누가 누구를 더 사랑하는지 굳이 정하지 않으면 해결될 문제라고 본다."

럭키는 위스키 한잔을 모두 털어 넣는다. 그녀는 그만 어이가 없어진다. 

"허, 그럼 우리 바 분위기가 뜨거웠다가 차가웠다가 하겠는데요?"

"이 바는 원래 화재경보기가 작동을 안 해. 정부 기관과 엮이는 건 딱 질색이라서."

"다들 미쳤군요."

테이블에는 트럼프 카드가 놓여있다. 세 사람은 간단한 카드 게임을 하기 시작한다. 시간은 벌새가 날듯이 지나가고 모두가 점점 술에 취해 카드 게임은 엉망진창이 되어갔다.

"우리가 진짜 서로한테 원하는 게 뭔지 말을 못 하겠네요."

"말을 안 해도 알 것 같아서 무서운 감정이 있잖아요, 누나."

"난 오랫동안 혼자였어. 너희 둘이 웃고 있는 게, 내 세상 전부 같아졌다고."

"이야 대부님 취했네요...!"

소년, 밀크가 손사래를 친다. 소녀, 럭키도 질린다는 듯 고개를 가로젓는다.

"진짜 뭐래....월급이나 올려줘요."

얼굴 전체가 발그레해진 만취의 카포네는 파에 기대서 아예 누워버린다.

"아니, 진짜 취했잖아. 이 아저씨 우리가 2층으로 옮겨야 해?"

두 사람은 비틀거리며 카포네를 둘러매고 삐그덕거리는 계단을 올라갔다. 카포네의 방문을 발로 차서 열고 커다란 침대에 카포네를 눕혔다. 그 침대는 너무 커서 세 사람이 누울 수 있을 정도였다. 그래, 그 요망한 침대가 문제였던 거다. 아니면 말없이 손을 잡는 카포네의 손길과 내리깐 눈빛이라든지, 침묵 속의 빗소리와, 합쳐진 감정이 시간을 멈추는 감각 때문이었을 거다. 선택하지 않고 공유한다는, 말도  안 되는 초청에 응해 버린 건 분명 끔찍한 선택이다. 

세 사람은 다음 날 아침 알몸으로 같은 침대에서 일어나게 되었다. 소녀, 럭키 도버는 띵한 머리로 생각했다. 이건, 내 인생 최악의 날이다.

7.

카포네는 여전히 검은 코트를 단정히 입고 검은 모자를 쓰고 있지만, 예전의 무서운 분위기는 별로 없다. 그의 손에는 낡은 여행 가방 하나뿐이다. 카포네는 7년 동안 그를 찾는 사람이 없음을 교도소에서 뼈저리게 느꼈다. 그는 다소 어색한 기분으로 자기 소유였던 샌드위치 가게로 슬렁슬렁 걸어간다. 가게에 도착하여 문을 열고 들어서자, 바텐더 카운터 안에서 고개를 돌린 소년은 여전한 미소를 입가에 띄우고 있다.

"밀크?"

"...대부님?"

"이제 대부님이라고 부르지 않아도 돼. 그냥....돌아왔어."

"그럼 뭐라고 불러요? 난 그날에 멈춰 있는데."

"그날로 돌아오긴 늦었겠지."

그때, 바의 뒷문이 열리며 장미꽃을 든 어떤 여성이 들어온다. 그녀는 꼭 7년 전처럼 높게 묶은 포니테일을 찰랑찰랑 흔들면서 걷는다.

"밀크! 뒷문 잠그고 다니라고 내가 얼마나..."

찰나적으로 시간이 멈춘다. 럭키의 올리브 빛 눈이 카포네를 훑는다.

"그 장미, 여전히 가시가 있나?"

"그럼요. 그래야 함부로 만졌다가 피를 보거든요."

"명심하지."

그녀는 다가와서 카포네의 뺨을 만져본다. 마치 그가 돌아왔다는 것을 기정사실로 만들고 싶은 듯이 가만히 손으로 쓸어본다.

"감옥에서 고생했나? 꼴이 말이 아니네요."

"휴양지를 다녀온 게 아니니까. 적이 많거든."

갑자기 정신을 차리려는 듯 밀크가 고개를 마구 흔든다.

"7년 동안 연락 안 했어요! 저희 찾아오지 말라고 했잖아요."

카포네는 뜨끔한 표정을 지었다.

"너희가 살아 있다는걸...확인해 보고 싶었다. 나 없이도 괜찮은지."

럭키가 장미를 화병에 꽂으면서 간단히 답했다.

"뭐, 괜찮은 시간도 있었고, 아닌 시간도 있었죠."

밀크가 나지막 말한다.

"사실은...자주 꿈에 나왔어요. 세명이서 우리 다시 웃을 수 있는 그런 꿈."

결국 그날, 세 사람은 옛날이야기를 하다가 바의 피아노 옆 소파에서 기대어서 잠들었다. 럭키는 카포네의 어깨에 기대고, 밀크는 카포네의 무릎에 누운 채로 영원과도 같은 시간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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