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쿠니다자 전력 글

1.

하늘의 눈물이 추적추적 땅을 내려치고 있었다. 쿠니키다 돗포의 죽음은 최적해를 계산해 낸 단 한사람 외에는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탐정사 최고의 명의도 이미 죽은 사람을 살릴수는 없었다. 장례는 조용히 치뤄졌다. 위험한 일에 선뜻 나서온 만큼 별다른 연고도 없는 그였다. 그의 훌륭한 인계 준비덕분에 탐정사는 그 없이도 그럭저럭 잘 굴러가는 듯 했다. 모두가 출근을 하고, 밥을먹고 실없는 농담을 주고받곤 하지만 단 한사람의 잔소리가 빠져 있었다는점만 빼면 똑같은 지루한 날들은 계속되었다. 어쩐지 풀이 죽은 모습의 천재 탐정과 마음의 무거움이 그대로 드러나는 의사가 붕대를 감은 남자의 눈길을 피해 눈짓을 주고 받았다.

"저기, 오늘은 빨리 퇴근해도 괜찮아."

"그래, 지금은 할일도 없고"

"......"

그의 파트너, 어쩌면 그의 죽음의 주범이라고도 볼수있는 다자이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탐정사를 나섰다. 그리고선 평소처럼 무심코 쿠니키다의 집으로 퇴근했다. 다년간의 습관이 그의 발걸음을 그리로 이끌었다. 주인이 없는 집은 곳곳이 싸늘하고도 균일한 먼지가 앉아있었다.

문득 그가 없는 지금이라면 금지된 장소를 열어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성능좋은 머리가 호기심을 좇는게 스스로 징그럽게도 느껴졌다. 거칠게 열어본 서랍에는 예비용 수첩들과 작고 매끈한 검은 상자가 들어 있었다. 그런데 상자는 조금 이상했다. 열 수 있을만한 이음새가 전혀 없는 모양새가 기묘하게 느껴졌다. 그가 무심코 상자를 만지자 상자는 금방 종이쪽지를 뭉친 것으로 변해 버렸다. 

수첩 조각이었을 종이 쪽지에는 짧은 전언과 한 쌍의 반지가 들어 있었다. 창밖으로 하늘의 눈물이 땅을 내려치는 소리가 들렸다.

 

 

2.

 햇살이 따스하고 새가 지저귀는 어느날이었다. 다자이 오사무가 죽었다. 그닥 놀랍지 않은 뉴스로써, 마침내 죽었구나 하고 대놓고 통쾌해하는 인간 반, 믿기지 않아하며 의심하는 사람이 반이었다. 그의 생전의 연이은 자살쇼로 신뢰가 땅에 떨어지다 못해 바닥을 뚫고 내핵을 향해 도전하고 있었다. 마지막은 결국 자살이 되지 못했지만 다들 그의 도시를 지키기 위한 자기희생도 그저 자살이지 않을까 의심마저 오가고 있었다. 그의 장례식은 각자의 만감이 뒤얽히고 원수들이 만나는 외나무다리 같은 축제가 되었다. 그 술기운과 난리통에 요코하마 범죄자 몇사람이 주먹질과 총질 끝에 더 죽어나갔다. 새삼 누가 죽었는지 확실히 알게되는 영향력이었다. 

 물론 지금 가장 실감이 나지 않는것은 그의 전 파트너와 현 파트너였다. 각각 포트마피아의 간부, 탐정사의 탐정사원인 두사람은 평소의 입장을 접어두고 장례식장에서 술잔을 나누고 있었다. 다만 실감이 나지 않는 이유는 각자 조금 달랐는데, 나카하라 츄야의 경우 오랜시간 봐온데다가 이런식으로 자취를 감췄다가 그 자식이 다시 나타나는 것도 봤기 때문이었고, 쿠니키다의 경우는 조금 특수했다.

"쿠니키다군 내가 보이지? 아아, 마이크테스트- 쿠-니키다군 들려? 눈 피하지말고!"

그날부터 다자이 오사무의 유령이 그의 눈앞에서 서성거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술이 코로 넘어 갈것 같아서 쿠니키다는 장례식장인지 난리판인지의 경비는 다른 사람들에게 맡기고 일찍 집으로 돌아왔다.

"쿠니키다군 진짜 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잖아? 내가 죽어있는 지금이 뒷조사할 절호의 기회라고~?"

"제발 조용히 좀 할수 없겠나! 죽어서까지 시끄럽다!"

그의 유령과의 동거는 계속되었다...아침에 일어났을때도, 밥을 먹을때도, 길을 걸을때도, 하물며 화장실에 갈때도 다자이의 유령은 계속 옆을 따라다니며 종알종알 시끄럽게 떠들었다. 

"쿠니키다군 팬티 전부 초록색이었구나..."

"...제발 입좀 다물어라!"

다자이의 유령이 원하는것은 단 하나, 자신의 뒷조사를 하라는 것이었다. 유령의 헛짓거리에 너무 시달린 나머지 수척해진 쿠니키다는 그 소원을 들어줄수밖에 없었다. 

 

 탐정사의 연줄을 다 동원해서 정부의 폐기된 보고서를 찾아 읽었다. 과거에 그가 마피아였음을 대강 알고 있었지만 전적이 이렇게까지 화려한 줄은 모르고 있었다. 어지간한 범죄조직 하나가 움직여도 이런 기록이 나오기 쉽지 않을듯한 묵직한 범죄의 역사에 머릿속이 아찔해졌다.

"쿠니키다군 내 뒷조사를 한 소감은 어때? 감상은?"

"어떻긴. 충격적이군. 그래서 어쩌라는거지?"

"이제 실망하고 나를 시원히 떠나보낼수 있지 않겠어?"

"지금 와서 실망하지 않는다."

유령은 자기가 되려 재미없어졌다는 표정을 짓더니 쿠니키다의 주변을 빙글빙글 돌았다.

"쿠니키다군은 상냥하네"

"...그건 내가 상냥한게 아니라, 네 변한 모습이 아름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쿠니키다는 문득 무언가를 깨달았다. 하지만 그 사실을 고백할 틈도 없이 말이 이어졌다. 유령의 얼굴로 일순 그림자가 스쳐지나갔다.

"...그말이 듣고 싶었던건지도 몰라."

그 유령은 아무런 흔적도 없이 사라져서 다시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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