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거? 배신자의 시체를 담을 빈 가방일세.”
대체 그 커다란 가방은 뭐냐는 안고의 질문에, 흥겹게 답한 다자이는 빙글 돌아서 낡은 승용차의 트렁크에 짐을 실었다. 한 순간, 의미심장한 찰나의 뒤틀림이 안고와 다자이 둘 사이를 날쌔게 가로지르는 것도 모른채, 오다는 트렁크의 문을 닫았다. 오다의 차는 낡았고, 사실 낡다못해 박물관에 사료로 기증해도 될 정도였지만, 그래도 굴러가기는 하는 것이 기특한 모양새였다. 세 사람이 탄 차 안에는 빵에서 나온 캐릭터 스티커가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여기에 개구쟁이 다섯 아이들이 꽉 낑겨서 타고다녔을 것임을 생각하니 다자이는 역시 오다에게 새 차를 뽑아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 귀여운 내부와는 대비되는 뒷 유리와 사이드 미러에 박힌 총알 자국이 앞으로의 여행에 불길한 암시를 주었다. 그렇게 세사람이 함께 출발한 차는 한겨울의 바닷가로 향했다.
“겨울휴가를 사랑하는 친구들과 보내게되다니 나, 죽어도 좋아~”
“아니, 저희 지금 놀러가는게 아니니까요.”
“그렇군.”
세 사람의 실없는 대화는 바다공원에 도착할 때 까지 간간히 계속되었다. 지금 세 사람의 휴가를 겸한 배신자 처리 임무는 실로 간단했다. 환각을 보여주는 마취 능력을 가진 까다로운 이능력자이자 포트마피아의 배신자인 A를 바다공원 주변에서 찾아서 먼저 처리하는 일이다. A의 다섯살배기 딸이 바다공원 주변에 살고 있고, 확정이나 다름없는 죽임을 당하기 전에 그가 찾아올것이 예상되니 가서 재빨리 탐색한다. 다만 귀찮은 변수는 그가 원한을 쌓은곳이 한두군데가 아닌 목인지라 다양한 집단이 그의 목숨을 노릴 것이라는 점이다. 마치 하나의 경기처럼.
“우선 바다공원 주변을 탐색하는것부터 하죠.”
안고가 먼저 제안했다.
“오! 바다에 왔으니 해변을 둘러보는것부터 하는게 아냐?”
“놀 생각만 하다간 중요한 배신자를 놓치니까요.”
“가끔 놓치는것도 인간미 있는거라고.”
“다자이, 전에는 완벽한 보복만이 조직 이탈을 막는다고 했지않나?”
오다가 안고와 다자이 사이의 기묘한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러면서 바다 공원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차를 세웠다.
“역시 오다사쿠는 똑똑해, 하지만 사람은 변하는 법이거든~”
“네네, 알겠으니 다들 내려서 저녁 시간까지 주변을 탐색하는 시간을 가지죠, 뭔가 발견하면 전화로 연락하고, 위기시 신호탄도 적극 활용하고요.”
그렇게 안고의 호령이 떨어지고 세사람은 흩어졌다.
2.
별다른 수확 없이 저녁을 먹으러 모인 세사람은 바닷가의 레스토랑에서 가벼운 해산물 요리를 먹었다.
“A가 진짜 이 동네에 온거 맞아? 애초에 이 동네는 사람도 별로 안 보이는데.”
다자이가 귀찮은듯 툴툴댔다.
“겨울이니까, 바닷가의 비수기다.”
오다가 묵묵히 대답했다.
“흐음~ 그럼 식후엔 현지에서 유명한 카페의 초콜릿 케이크를 먹으러 갈까나.”
“…맘대로 하시죠. 어차피 A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으니. 이미 다른 세력의 누군가 선수를 쳐서 없앤 걸지도 모릅니다.”
안고도 이젠 다자이의 풀어진 태도를 지적하길 포기했다. 휴가를 겸한 임무인것도 한몫했고, 낮 동안의 색적활동에 아무런 수확이 없었던 것이 모두의 마음을 피곤하게 했다. 그런데 아뿔싸, 문제의 초콜릿 케이크를 먹으러 세사람이 차를 타고 가는중에 길에 몇발의 총성이 울려퍼진 것이다. 그 순간 총 소리가 들린 135도 방향으로 차를 몰고 간 세사람은 마침내 A를 발견했다.
그러나 총성은 곧 잠잠해졌다. 마취 능력자인 A가 그의 적에게 선사한 특수한 종류의 잠 때문일 것이다. 세사람을 무지막지하게 차를 몰고 A를 쫓아갔고 다자이와 안고는 권총으로 그를 연신 쐈지만 좀처럼 맞지는 않았다. 그러다 어떤 원리로 작용하는건지 모를 마취의 이능력은 오다와 안고를 잠재웠고, 다자이는 급박하게 미끄러지는 핸들을 잡아챘다. 두 사람을 환상성 마취에서 깨어나도록 다자이가 만진 후에는 A는 이미 도망쳐서 모습을 감춘 뒤였다. 그리고 모습을 드러낸 탓인지, A에게 원한이 있는 또다른 조직이 이번엔 세사람을 조준하고 총으로 마구 쏘기 시작했다. 품속에서 서브머신건을 꺼낸 안고가 대응 사격을 하고서 세사람은 꽁지가 빠지게 도망쳤는데, 모두가 차안에서 혼돈에 빠졌다.
“놀이공원 온 것같다! 너무 재미있는걸,”
다자이가 총격 소음 사이로 환호성을 지르면서 말했다.
“여기 일본 맞아요?! 서브머신건을 쏘게된 제가 할말은 아니지만?!”
“일본이 아니라 요코하마인 편이지, 아무래도.”
오다가 익숙한듯 안고의 말을 받아넘겼다. 세 사람은 그 모두를 따돌리고서, 총격전으로 뒷유리가 나가버려서 한층 더 엉망진창이 된 오다의 차를 타고 초콜릿 케이크를 먹으러 갔다. 그날의 초콜릿 케이크는 잊을 수 없을 정도로 무척 달콤한 맛이었다.
3.
다음날 A를 추격하던 세 사람은 복잡한 골목길 때문에 각자 나눠진채로 A를 마주했다. 안고는 그의 이능력에 당했고, 다시금 A의 이능력이 왜 까다로운지 알게 되었다. 안고는 순간 어린시절로 회귀한 환상 마취의 시간을 가졌는데, 그 심상의 풍경은 오다에게도 보였기 때문이다. 두사람이 공유한 하나의 연결된 심상이 느껴졌다. 환상속 안고의 어린시절 꿈은 아무런 거짓도 속임수도 없는 티없는 행복이었다. 그리고 그렇지 못한 삶에 대해 뒤따라온 좌절감 또한 느낄 수 있었다. 뒤늦게 따라온 다자이는 두사람에게 슬쩍 닿아서 이능력을 무효화시켰으나, 이번엔 둘이 동시에 얼이 빠진 이유는 영문을 알 길이 없었다. 오다는 그순간 안고의 표정을 보고 이것이 가장 무거운 비밀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늦은 오후A는 결국 어느 골목의 끝에서 총에 세발 맞은채로 발견되었다. 다섯살배기 딸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을 곁에 둔 채로. 안고는 피곤함에 먼저 들어가서 보고서를 작성하고 쉬겠다고 말한 뒤 세사람의 숙소로 돌아갔다. 오다와 다자이 두사람은 찬바람이 세차게 부는 겨울 바다를 걷고 있다.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파도소리가 들려온다.
다자이: 안고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걸까? 오다사쿠.
오다: 그런 타입의 사람도 있다고 하더군...
다자이: 안고의 일상을 속속들이 알고싶다면 그건 일선을 넘는 일이 되겠지?
오다: 아아, 그건 곤란하겠지.
(다자이가 싸늘한 해변을 앞장서 걷는다.)
다자이: 그렇다면 어떻게 선을 넘지않고도 서로의 진실을 잘 알수있을까? 그게 요즘 내 고민일세~
오다: (잠시 망설인다)꼭 당장 알 필요는 없겠지. 어쨌거나 세상에 비밀은 없으니까.
다자이: 아이들은 잘 지내나? 아까 차 안의 스티커를 보니 아이들 빵 먹이느라 애좀 썼겠던데?
오다: (아주 미세하게 미소짓는다.)요즘 유행이니까. 아이들한텐 뭐든 해주고싶다.
다자이: 좋겠다~부럽다~ 나도 오다사쿠의 아이가 되고 싶어!
오다: 다자이 네가 원하는 것, 네가 욕망하는것은 뭐지?
(앞서가던 다자이가 뒤돌아서 미소지으며 오다를 바라본다.)
다자이: 글쎄... 필요와 무관한 것들 일까.
오다: 필요하지 않은 것에 무슨 의미가 있지?
다자이: 언제나 나에게 필요한것은 욕망하는것보다 후순위에 있었지. 필요한것은 모두 주어졌기 때문일수도 있지만, 때로는 필요와 일치하지않고 오히려 반대되는 파괴적 욕망이 나를 이끌었기 때문이야.
오다: 파괴적 욕망이란건 물건만은 아니겠군.
다자이: 물론이야, 후후, 오다사쿠, 물론 나는 작은 것들의 파탄을 지켜봤지만. 그것들의 파괴가 내안의 구멍을 메워주진 않았어.
오다: 그렇지만 너는 아직 스스로를 파괴하지 않고 있지, 그 유예는 어째서지?
다자이: 내가 처음으로 자신을 파괴하기로 결심했을때, 집을 불태우고 재가 되는 모습을 지켜봤지.
오다: (자기도 모르게 멈춰서 가볍게 한숨을 내쉰다.) 그렇군.
다자이: 그건 정말이지 좋은 파괴였고 나는 임무를 완수한뒤 죽기 위해 강물에 뛰어들었지만 모리 선생이 나를 살려냈어, 결국 나는 그의 밑에서 일하고 있지만,(한숨을 쉰다. 입김이 차갑고 거센 바닷바람에 흩어진다.)
오다: 그의 밑에서 일하는것에 만족하나?
다자이: (고개를 조금 숙인다) 어떤 의미로는 처음에는 폭력, 살인 등의 극한에서 충족감을 느꼈지만 점점 질려가고 있어, 결국 나자신의 파괴로 회귀되는 흐름을 막기 어렵군.
오다: 내게 있어서도 포트마피아는...불살을 실천하기에 좋은곳은 아니지. 다른 대안이 없을때는 무슨일이든 할 수밖에 없지만.
다자이: 이런, 간부가 말단 앞에서 푸념을 늘어놓은 꼴이 된것 같네, 한심하게도.(찬 공기 사이로 새어나오는 웃음)
오다: 간부님의 이야기를 듣는데 불만은 있을수 없겠지.
다자이: 다음에 또 바다에 오자, 오다사쿠.
오다: 그래.
(잠시 적막. 두사람 사이로 거센 바람이 들이친다.)
오다: 그러려면 그때까지 죽어선 안돼. 다자이.
다자이: 그래.
그러나 그 말이 이뤄지는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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